성북동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성북로 길 양옆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걸려있습니다. 이 국기들은 성북동에 소재한 주한 외국 대사관저들의 국기들로, 성북구청이 한국과 이들 나라와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려는 목적에서 내걸고 있죠. 국기들은 성북로의 끝 우정의 공원까지 이어지는데, 2007년에 조성된 이 공원 역시 성북구가 이들 국가와의 우호 증진을 위해 조성한 장소입니다.
성북동은 용산구 이태원동, 한남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외국 공관지역입니다. 성북동의 주한 대사관저들은 대체로 삼청터널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대사관로 주변 330번지 일대와 길상사와 성락원 주변 언덕 지대에 흩어져 있는데요. 대사관저는 주한 외국 대사와 그 가족들의 사적 거주공간이면서 각국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외교 관련 행사들을 위한 공적 기능을 가진 특별한 장소입니다.
성북동이 주한 대사관저 부지로 주목받은 것은 1970년대부터입니다. 1972년에 일본 대사관저가 지금의 자리에 신축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1976년 서독(현 독일) 대사관저가 들어왔죠. 이후로 꾸준히 각국의 대사관저들이 들어와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데, 성북동에 이렇게 많은 대사관저들이 들어선 이유는 1960년대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있는 서울의 도시 변천과 깊은 연관이 있어요.
6.25전쟁 이후 서울로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었는데, 서울은 극심한 주택난에 봉착했고, 주택 건설은 국가차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해결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는 대대적인 주택건설정책을 수립하고, 서울 곳곳에서 택지조성사업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주거 확장 사업 속에는 외국인 대상 임대 주택 건설 사업도 포함되어 있었죠.
1950년대에 서울에는 각국 외교관, 주한미군 장병들과 그들의 가족 등 수만 명이 거주하고 있던 곳은 용산구 이태원동과 한남동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이 되자 국제 교류가 잦아지면서, 외국인을 위한 더 많은 주택 건설이 필요해 외인 아파트를 지어 물량공급을 했죠. 이것이 오늘날 성북동 330번지 ‘대교단지’라고 부르는 주택단지와 성북아파트였습니다. 그렇게 성북동 외인주택단지는 1980년을 전후한 시기 신흥 고급주택단지로 변모했고, 부촌으로 이름이 났습니다.
대사관저는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국제협약 상 보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대사관저의 대문 앞까지 가보는 것은 자유이지요. 담장 안 낯선 국가가 펄럭이고, 대문 옆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문장이 결려 있어요. 그것은 세계로 열린 작은 창입니다.
이외에도 성북구청은 매년 라틴아메리카 축제, 아프리카 축제, 유러피안 축제 등 세계문화축제와 대사관로 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북동 소재 주한 대사관저 및 성북동 거주 외국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삼아 역사문화지구 성북동 알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만나는 세계 국가들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알아가고 이해하며 다름의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이 글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 12호에 실린 글(백외준 성북문화원 연구과장)을 재편집 및 각색한 내용입니다.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내세운 우리 동네 대표 축제가 있습니다. 바로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인데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하 누리마실)’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이자 큰 규모의 축제입니다.
2008년부터 UN이 정한 세계인의 날을 기념하여 ‘성북 다문화음식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2015년,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로 축제명을 변경한 이후 올해(2022년) 14회를 맞이했죠. 누리마실은 매해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 세계 각국의 대사관과 지역가게, 주민, 사회소수자가 어우러져 즐기는 축제입니다.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의 본래 이름은 ‘성북 다문화음식축제’였어요. 당시만 해도 한 개의 기획사가 축제를 준비를 했었는데요. 그렇다보니 지역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부분이 적었어요. 지역 축제인 만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죠. 축제는 하루이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들이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민들이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다문화’를 넘어서 ‘문화다양성’이라는 더 넓은 가치를 담으려고 했어요.
음식이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친숙한 방식이잖아요. 여러 국가의 음식을 먹을 때, 내가 먹는 음식과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맛이 다르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죠. 특히 성북동에는 대사관저들이 많으니까 그 자원들을 활용하면 축제도 풍성해지고, 음식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놀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갈 수 있고요. 사실 음식 축제라고 해서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누리마실은 인종이나 국가만의 다양성뿐 아니라 개인의 다양성까지 담고 있어요. 모든 사람이 다르고, 다른 문화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시각장애인분들이 참여해 점자로 만든 윷으로 윷놀이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했고요. 티베트를 지원하고 도와주는 활동가, 록바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거나, 정릉에 있는 탈북민 청소년 단체가 참여하기도 했어요. 또 슬로푸드 운동하시는 분들도 참여하시고요.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서 그분들의 문화와 목소리를 축제에서 보여주고 계십니다.
오랜 기간 축제를 하면서 축제 기간 동안 나온 쓰레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면서 지속 가능한 지역 축제로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죠.
특히 올해는 코로나를 지나 처음으로 하는 축제인 만큼 환경적인 부분에 좀 더 의미를 담았어요. 음식 부스에서는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했고, 텀블러 혹은 다회용기를 지참한 사람들에게 선착순으로 설거지 비누를 나눠주었어요. 체험부스에서도 친환경 생활용품, 공정무역 제품, 업사이클링 제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로 이루어진 지구 살릴 마켓,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이나 옷, 책 등을 판매하는 어린이 중고마켓이 열렸죠. 여러 체험을 통해 자원의 재사용, 순환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쓰레기가 예년에 비해 1/2 정도로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다함께 노력하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렇게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포용
성북동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성북로 길 양옆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걸려있습니다. 이 국기들은 성북동에 소재한 주한 외국 대사관저들의 국기들로, 성북구청이 한국과 이들 나라와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려는 목적에서 내걸고 있죠. 국기들은 성북로의 끝 우정의 공원까지 이어지는데, 2007년에 조성된 이 공원 역시 성북구가 이들 국가와의 우호 증진을 위해 조성한 장소입니다.
성북동은 용산구 이태원동, 한남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외국 공관지역입니다. 성북동의 주한 대사관저들은 대체로 삼청터널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대사관로 주변 330번지 일대와 길상사와 성락원 주변 언덕 지대에 흩어져 있는데요. 대사관저는 주한 외국 대사와 그 가족들의 사적 거주공간이면서 각국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외교 관련 행사들을 위한 공적 기능을 가진 특별한 장소입니다.
성북동이 주한 대사관저 부지로 주목받은 것은 1970년대부터입니다. 1972년에 일본 대사관저가 지금의 자리에 신축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1976년 서독(현 독일) 대사관저가 들어왔죠. 이후로 꾸준히 각국의 대사관저들이 들어와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데, 성북동에 이렇게 많은 대사관저들이 들어선 이유는 1960년대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있는 서울의 도시 변천과 깊은 연관이 있어요.
6.25전쟁 이후 서울로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었는데, 서울은 극심한 주택난에 봉착했고, 주택 건설은 국가차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해결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는 대대적인 주택건설정책을 수립하고, 서울 곳곳에서 택지조성사업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주거 확장 사업 속에는 외국인 대상 임대 주택 건설 사업도 포함되어 있었죠.
1950년대에 서울에는 각국 외교관, 주한미군 장병들과 그들의 가족 등 수만 명이 거주하고 있던 곳은 용산구 이태원동과 한남동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이 되자 국제 교류가 잦아지면서, 외국인을 위한 더 많은 주택 건설이 필요해 외인 아파트를 지어 물량공급을 했죠. 이것이 오늘날 성북동 330번지 ‘대교단지’라고 부르는 주택단지와 성북아파트였습니다. 그렇게 성북동 외인주택단지는 1980년을 전후한 시기 신흥 고급주택단지로 변모했고, 부촌으로 이름이 났습니다.
대사관저는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국제협약 상 보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대사관저의 대문 앞까지 가보는 것은 자유이지요. 담장 안 낯선 국가가 펄럭이고, 대문 옆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문장이 결려 있어요. 그것은 세계로 열린 작은 창입니다.
이외에도 성북구청은 매년 라틴아메리카 축제, 아프리카 축제, 유러피안 축제 등 세계문화축제와 대사관로 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북동 소재 주한 대사관저 및 성북동 거주 외국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삼아 역사문화지구 성북동 알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만나는 세계 국가들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알아가고 이해하며 다름의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이 글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 12호에 실린 글(백외준 성북문화원 연구과장)을 재편집 및 각색한 내용입니다.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내세운 우리 동네 대표 축제가 있습니다. 바로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인데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하 누리마실)’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이자 큰 규모의 축제입니다.
2008년부터 UN이 정한 세계인의 날을 기념하여 ‘성북 다문화음식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2015년,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로 축제명을 변경한 이후 올해(2022년) 14회를 맞이했죠. 누리마실은 매해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 세계 각국의 대사관과 지역가게, 주민, 사회소수자가 어우러져 즐기는 축제입니다.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의 본래 이름은 ‘성북 다문화음식축제’였어요. 당시만 해도 한 개의 기획사가 축제를 준비를 했었는데요. 그렇다보니 지역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부분이 적었어요. 지역 축제인 만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죠. 축제는 하루이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들이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민들이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다문화’를 넘어서 ‘문화다양성’이라는 더 넓은 가치를 담으려고 했어요.
음식이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친숙한 방식이잖아요. 여러 국가의 음식을 먹을 때, 내가 먹는 음식과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맛이 다르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죠. 특히 성북동에는 대사관저들이 많으니까 그 자원들을 활용하면 축제도 풍성해지고, 음식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놀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갈 수 있고요. 사실 음식 축제라고 해서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누리마실은 인종이나 국가만의 다양성뿐 아니라 개인의 다양성까지 담고 있어요. 모든 사람이 다르고, 다른 문화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시각장애인분들이 참여해 점자로 만든 윷으로 윷놀이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했고요. 티베트를 지원하고 도와주는 활동가, 록바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거나, 정릉에 있는 탈북민 청소년 단체가 참여하기도 했어요. 또 슬로푸드 운동하시는 분들도 참여하시고요.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서 그분들의 문화와 목소리를 축제에서 보여주고 계십니다.
오랜 기간 축제를 하면서 축제 기간 동안 나온 쓰레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면서 지속 가능한 지역 축제로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죠.
특히 올해는 코로나를 지나 처음으로 하는 축제인 만큼 환경적인 부분에 좀 더 의미를 담았어요. 음식 부스에서는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했고, 텀블러 혹은 다회용기를 지참한 사람들에게 선착순으로 설거지 비누를 나눠주었어요. 체험부스에서도 친환경 생활용품, 공정무역 제품, 업사이클링 제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로 이루어진 지구 살릴 마켓,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이나 옷, 책 등을 판매하는 어린이 중고마켓이 열렸죠. 여러 체험을 통해 자원의 재사용, 순환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쓰레기가 예년에 비해 1/2 정도로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다함께 노력하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렇게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