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임을 깨달았다. 용감한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다.”
민권 운동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말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끝까지 실천한 성북구의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용기에 관해 생각해 보세요. 이육사는 1939년부터 성북구에 거주하며 대표작 〈청포도〉, 〈절정〉 같은 시를 남긴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예요.
▲ 1934년 6월 20일 자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작성된 신원 카드 사진 ⓒ 국사편찬위원회
독립운동가로서의 용기
이육사는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3년에 일본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베이징으로 떠났어요. 이 당시 이육사는 여러 독립운동 단체들의 통합을 위한 일에 힘을 보태면서 일본에 맞서 싸우려면 조선 안으로 무기를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러나 모두가 이육사의 주장에 동의했음에도 너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요. 결국 이육사는 용기를 내어 스스로 그 임무를 맡았어요. 하지만 얼마 후 일본 형사들에게 붙잡혔고, 베이징 일본총영사관의 춥고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1944년 1월 16일 죽음을 맞았어요.
▲ 1968년 광야 시비 앞에 있는 이육사의 딸 이옥비 여사 ⓒ 이육사문학관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자유신문>. 1945년 12월 17일
이육사가 세상을 떠나기 전 감옥에서 쓴 시가 바로 유명한 〈광야〉예요.
이육사는 이 시를 짓고 ‘이육사’라는 필명을 사용했어요. 이 이름은 대구 형무소에 있을 때 붙여진 수인 번호 264의 음을 딴 것이에요. 이육사의 본명은 이원록이지요.
▲ 이황 ⓒ 한국학중앙연구원
▲ 1960년대 육사의 고향 원촌 전경 ⓒ 이육사문학관
선비 정신을 따르는 삶
이육사는 1904년 경북 안동(당시 원촌)에서 태어났어요. 이육사의 14대 할아버지는 조선 최고의 유학자인 퇴계 이황이었지요. 이육사의 집안은 선조 이황의 가르침을 따라 한학을 공부하고 선비 정신을 실천하며 사는 집안이었어요. 선비 정신이란 예절이 바르고 의리를 지키며 사람의 도리를 귀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육사의 집안 어르신들은 이 선비 정신에 따라 행동하는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일본이 고종 황제를 강제로 물러나게 하고 대한제국의 군대를 없앴을 때 의병이 되어 싸우는 등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하며 일본에 저항했어요.
이육사는 이런 집안 어른들을 보며 삶의 태도를 배웠고, 불의를 보고 못 본 체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어요.
▲ 이육사 형제들(왼쪽부터 이원창, 이원일, 이원조) ⓒ 이육사문학관
치열한 독립운동의 길
이육사는 후에 일본과 중국에서 공부하며 독립운동가로서의 길을 걸었어요. 그리고 1927년에는 23세의 나이에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투척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게 되지요. 이때 이육사는 심문을 받고 고문을 당하며 264라는 수인 번호를 듣고 또 들었어요. 이육사는 이 시기의 기억을 잊지 않고 끝까지 독립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육사라는 이름을 자신의 필명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이육사는 39여 년의 생에 동안 17번이나 옥살이를 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어요.
행동으로서의 글쓰기
이육사는 직접 행동하는 독립운동가일 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 사람들을 일깨우고자 한 시인이기도 해요. 이육사는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투척 사건으로 대구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나온 직후인 1930년 1월 3일, 조선일보에 〈말〉이라는 시를 발표했어요.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더욱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라고 볼 수 있지요.
말
흐트러진 갈기
후줄근한 눈
밤송이 같은 털
오! 먼 길에 지친 말
채찍에 지친 말이여!
수굿한 목통
축 처―진 꼬리
서리에 번쩍이는 네 굽
오! 구름을 헤치려는 말
새해에 소리칠 흰말이여!
《조선일보》, 1930년 1월 3일
▲ 이육사 육필원고 ⓒ 문화공간이육사
이육사의 수필 〈계절의 오행〉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나에게는 행동의 연속만이 있을 따름이오, 행동은 말이 아니고, 나에게는 시를 생각한다는 것도 행동이 되는 까닭이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이육사의 시 쓰기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독립운동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이육사 집터, 성북구 종암동 62-1번지 ⓒ 성북마을아카이브
▲ 이육사가 동생 원봉에서 보낸 친필 엽서 ⓒ 문화공간이육사
1939년 이육사는 가족들과 함께 성북구 종암동으로 거처를 옮겼어요. 오랜만에 가족과 모여 살게 되었지만, 이 시기 이육사의 마음은 편치 않았어요. 중일전쟁으로 인해 일본의 침략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가 병참 기지로 전락했고, 징용, 징발 등 일본의 폭력적인 지배가 극에 달하던 시기였기 때문이에요. 감시가 심해져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칠 수도 없고 검열 때문에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발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육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시를 쓰는 것뿐이었어요. 이때 이육사가 쓴 시는 바로 그 유명한 〈청포도〉예요.
▲ 이육사 시비 ⓒ 성북마을아카이브
청포도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 1939년 8월
일반적으로 이 시에서 ‘손님’은 독립, 광복을 뜻하고, ‘청포’의 푸른색은 희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요. 하지만 ‘청포’의 뜻을 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어요. 역사학자 도진순 교수는 ‘청포’를 희망이 아닌 반란과 혁명으로 보자고 제안해요. 중국 두보의 시에서 ‘청포백마’가 반란군을 칭하는 것으로 자주 쓰였고, 중국 고사에 남조의 ‘후경’이란 사람이 푸른 도포를 입고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독립을 향한 이육사의 의지와 굴하지 않는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 문화공간 이육사 ⓒ 문화공간 이육사
이육사의 삶을 생각하며
‘문화공간이육사’는 종암동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건립된 곳으로, 이육사의 작품과 독립운동가로서의 업적을 기리는 곳이에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지요. ‘문화공간이육사’를 둘러보며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온 이육사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문화공간이육사
용기 있는 선택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 이육사 ⓒ 문화공간이육사
용기란 무엇일까?
“나는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임을 깨달았다. 용감한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다.”
민권 운동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말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끝까지 실천한 성북구의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용기에 관해 생각해 보세요. 이육사는 1939년부터 성북구에 거주하며 대표작 〈청포도〉, 〈절정〉 같은 시를 남긴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예요.
▲ 1934년 6월 20일 자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작성된 신원 카드 사진 ⓒ 국사편찬위원회
독립운동가로서의 용기
이육사는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3년에 일본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베이징으로 떠났어요. 이 당시 이육사는 여러 독립운동 단체들의 통합을 위한 일에 힘을 보태면서 일본에 맞서 싸우려면 조선 안으로 무기를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러나 모두가 이육사의 주장에 동의했음에도 너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요. 결국 이육사는 용기를 내어 스스로 그 임무를 맡았어요. 하지만 얼마 후 일본 형사들에게 붙잡혔고, 베이징 일본총영사관의 춥고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1944년 1월 16일 죽음을 맞았어요.
▲ 1968년 광야 시비 앞에 있는 이육사의 딸 이옥비 여사 ⓒ 이육사문학관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자유신문>. 1945년 12월 17일
이육사가 세상을 떠나기 전 감옥에서 쓴 시가 바로 유명한 〈광야〉예요.
이육사는 이 시를 짓고 ‘이육사’라는 필명을 사용했어요. 이 이름은 대구 형무소에 있을 때 붙여진 수인 번호 264의 음을 딴 것이에요. 이육사의 본명은 이원록이지요.
▲ 이황 ⓒ 한국학중앙연구원
▲ 1960년대 육사의 고향 원촌 전경 ⓒ 이육사문학관
선비 정신을 따르는 삶
이육사는 1904년 경북 안동(당시 원촌)에서 태어났어요. 이육사의 14대 할아버지는 조선 최고의 유학자인 퇴계 이황이었지요. 이육사의 집안은 선조 이황의 가르침을 따라 한학을 공부하고 선비 정신을 실천하며 사는 집안이었어요. 선비 정신이란 예절이 바르고 의리를 지키며 사람의 도리를 귀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육사의 집안 어르신들은 이 선비 정신에 따라 행동하는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일본이 고종 황제를 강제로 물러나게 하고 대한제국의 군대를 없앴을 때 의병이 되어 싸우는 등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하며 일본에 저항했어요.
이육사는 이런 집안 어른들을 보며 삶의 태도를 배웠고, 불의를 보고 못 본 체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어요.
▲ 이육사 형제들(왼쪽부터 이원창, 이원일, 이원조) ⓒ 이육사문학관
치열한 독립운동의 길
이육사는 후에 일본과 중국에서 공부하며 독립운동가로서의 길을 걸었어요. 그리고 1927년에는 23세의 나이에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투척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게 되지요. 이때 이육사는 심문을 받고 고문을 당하며 264라는 수인 번호를 듣고 또 들었어요. 이육사는 이 시기의 기억을 잊지 않고 끝까지 독립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육사라는 이름을 자신의 필명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이육사는 39여 년의 생에 동안 17번이나 옥살이를 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어요.
행동으로서의 글쓰기
이육사는 직접 행동하는 독립운동가일 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 사람들을 일깨우고자 한 시인이기도 해요. 이육사는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 투척 사건으로 대구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나온 직후인 1930년 1월 3일, 조선일보에 〈말〉이라는 시를 발표했어요.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더욱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라고 볼 수 있지요.
말
흐트러진 갈기
후줄근한 눈
밤송이 같은 털
오! 먼 길에 지친 말
채찍에 지친 말이여!
수굿한 목통
축 처―진 꼬리
서리에 번쩍이는 네 굽
오! 구름을 헤치려는 말
새해에 소리칠 흰말이여!
《조선일보》, 1930년 1월 3일
▲ 이육사 육필원고 ⓒ 문화공간이육사
이육사의 수필 〈계절의 오행〉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나에게는 행동의 연속만이 있을 따름이오, 행동은 말이 아니고, 나에게는 시를 생각한다는 것도 행동이 되는 까닭이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이육사의 시 쓰기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독립운동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이육사 집터, 성북구 종암동 62-1번지 ⓒ 성북마을아카이브
▲ 이육사가 동생 원봉에서 보낸 친필 엽서 ⓒ 문화공간이육사
1939년 이육사는 가족들과 함께 성북구 종암동으로 거처를 옮겼어요. 오랜만에 가족과 모여 살게 되었지만, 이 시기 이육사의 마음은 편치 않았어요. 중일전쟁으로 인해 일본의 침략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가 병참 기지로 전락했고, 징용, 징발 등 일본의 폭력적인 지배가 극에 달하던 시기였기 때문이에요. 감시가 심해져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칠 수도 없고 검열 때문에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발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육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시를 쓰는 것뿐이었어요. 이때 이육사가 쓴 시는 바로 그 유명한 〈청포도〉예요.
▲ 이육사 시비 ⓒ 성북마을아카이브
청포도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 1939년 8월
일반적으로 이 시에서 ‘손님’은 독립, 광복을 뜻하고, ‘청포’의 푸른색은 희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요. 하지만 ‘청포’의 뜻을 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어요. 역사학자 도진순 교수는 ‘청포’를 희망이 아닌 반란과 혁명으로 보자고 제안해요. 중국 두보의 시에서 ‘청포백마’가 반란군을 칭하는 것으로 자주 쓰였고, 중국 고사에 남조의 ‘후경’이란 사람이 푸른 도포를 입고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독립을 향한 이육사의 의지와 굴하지 않는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 문화공간 이육사 ⓒ 문화공간 이육사
이육사의 삶을 생각하며
‘문화공간이육사’는 종암동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건립된 곳으로, 이육사의 작품과 독립운동가로서의 업적을 기리는 곳이에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지요. ‘문화공간이육사’를 둘러보며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온 이육사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